About
지구와 생명, 두 개의 기원을 연구합니다.
하나는 지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위에 생명이 있게 된 과정입니다. 두 질문은 흔히 따로 다뤄지지만, 실은 같은 증거와 같은 전제를 공유합니다. 지구의 연대를 어떻게 추정하느냐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 가운데 무엇이 성립할 수 있는지를 좌우합니다. 진화론적 설명과 창조론적 설명을 비롯한 모든 이론에 똑같이 적용되는 제약입니다. 그래서 두 기원은 따로 떼어 검증할 수 없습니다.
지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일도, 생명이 처음 있게 된 일도 사람이 지켜보기 전에 끝났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암석과 동위원소, 화석과 유전체 서열 같은 흔적뿐입니다. 흔적을 읽으려면 “이런 조건이었을 것”이라는 전제를 반드시 하나 놓아야 합니다. 전제가 달라지면 같은 흔적이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문제는 그 전제가 대개 밝혀지지 않은 채 결론만 전해진다는 데 있습니다.
어느 이론이 옳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적 설명과 창조론적 설명을 비롯한 여러 이론이 각각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 그 숫자가 어떤 계산에서 나왔는지를 같은 기준에 놓고 따져보는 일입니다. 개별 연구를 넘어 관련 문헌 전체의 결과를 모아 불확실성의 크기를 재는 메타분석도 여기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비교 결과를 누구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형태로 내놓는 데까지가 저희가 말하는 검증입니다.
동위원소 분석의 정밀도, 지구화학과 행성 형성 시뮬레이션, 유전체 빅데이터, 그리고 계산 자원 — 지난 20년의 변화는 원리로만 이야기되던 가정들을 실제로 계산해볼 수 있는 대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저희의 최근 연구는 유전자 기원 시뮬레이션에서 무엇을 ‘더 나은 유전자’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계산은 정직했지만, 답은 처음에 넣은 가정이 이미 정해두고 있었습니다.
기원을 두고 사람들이 취하는 입장은 젊은지구 창조론에서 지적설계, 유신진화, 무신론적 진화까지 넓게 퍼져 있습니다. 저희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를 찾아오는 분께 요구하지 않습니다. 각 입장이 실제로 무엇을 주장하는지, 어디까지 검증됐고 어디부터 해석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저희 일이고, 판단은 읽는 분 몫입니다.
도 저희 일에 들어갑니다. 과학은 관찰과 측정이 닿는 범위 안에서만 작동합니다. 그 경계를 흐리면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이 아닌 주장을 하게 되고, 이건 어느 편에서 하든 똑같은 문제입니다.